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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은 짐승 도살만 했을까

 <그림: http://altair.chonnam.ac.kr/~ksna/ >

 사회적으로 짐승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백정들이 주로 도축업에 종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도축업에만 종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들이 종사한 업종들은 천하다 하여 일반인들은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고리를 제조하는 일을 들 수 있다. 고리는 버드나무가지로 엮은 바구니인데 이것을 만들어 장에 파는 백정들을 고리백정이라고 하였다. 
 
둘째는 악기 연주나 노래 그리고 간단한 무용이나 재주로써 구걸하면서 유랑하는 소위 '창우' 생활이었다. 
 
 셋째는 형조(刑曹) 및 옥사(獄事)에 속하여 사형 집행을 맡는 회자수이다. 속칭 망나니(亡亂) 혹은 희광(犧狂)이라 부르는 회자수는 본래 무인을 채용했으나, 조선 중기 이래로는 백정을 선발하여 그 일을 하도록 했다. 이는 백정에게  옥졸 자격으로서의 법의 집행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다만 백정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는 차마 못할 사형을 집행하게 한 것이다. 
 
 넷째는 가죽신 등의 피혁제조업이다. 이에 종사하는 백정을 특별히 갖바치라고 불렀는데, 갖은 가죽이라는 뜻이고, 바치는 장인의 옛말이다.

 다섯째는 농업이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백정의 일부는 농촌사회에 동화되어 농업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아무런 독립적 생활기반을 갖지 못하고 지방의 토호나 관리들에게 점유되어 사노비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사회 경제생활 이야기,1996,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