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ay


현대자동차 파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가진 디트로이트와 울산을 겹쳐 떠올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기본급과 복리후생비가 뒤섞인 통상임금 공방이 법정싸움으로 번진 한국, 번창하던 산업기지가 조만간 잡풀이 무성한 공터로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기는 최악인데 징세(徵稅)에 열을 올리는 정부, 사분오열된 대오를 야영 노숙으로 수습해 보려는 야당의 길거리 정치로는 한국의 막힌 통로를 뚫지 못할 거라는 비관이 앞섰다. 모두 자식들의 미래를 좀먹는 씨앗을 파종한다는 점에서 공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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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는 휴대전화, 자동차, 조선 등 응용경제의 총아 외에 눈이 번쩍 뜨이는 혁신상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국가경쟁력은 하락 일로다. 헤리티지재단은 31위에서 34위로, 세계경제포럼은 19위에서 25위로 추락한 한국의 금년 성적표를 발송했다.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역별 격차에 숨어 있다. ‘제품’(하드웨어)은 최상위권인데 ‘제도’(소프트웨어)는 최하위권, 두 영역을 합한 점수가 날로 떨어진 거다. 낙후된 금융, 호전적 노조, 정부규제, 정치 불신, 경직된 고용체제에서 브라질·인도만도 못하다는 평가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혁신의 동력은 사회제도 즉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고 한다면, 우리는 다 같이 합심해 제도가 자랄 토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아니 그런 제도가 뭔지 모르고, 앞으로도 그렇게 투박하고 거칠게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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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지금 다 같이 추락의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이익투쟁에 나선 강자들이 부르는 오늘의 승전가는 내일 자식들의 신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야말로 하드웨어에 매진해온 ‘반개(半開)의 한국’이 꼭 되새겨야 할 명심보감이다. 제도혁신이 문명개화의 목표라면, 한국은 아직 반만 개화한 ‘반개의 나라’다.



우리, 추락을 파종하는 걸까? 

- 송호근 칼럼


http://joongang.joins.com/article/367/12567367.html?ctg=